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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썩쎄스

안경(동물의 숲 엄마 캐릭터 이름)은 분홍마을의 모든 동물들과 친하게 지낸다. 마을에 사는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마음을 쓴다. 아프면 약사들고 찾아가고, 이사간다고 하면 가지 말라고 붙들고 매달린다. 생명도 없는 애들인데 때 되면 꼬박꼬박 편지도 써준다. 가끔 "안경이 이런 편지를 줬어. 이게 무슨 뜻이니?"라고 묻는 애들과 마주치곤 한다. 안경에게는 원대한 목표가 있다. 모두와 친구가 되어서 사진을 받는 것이 안경의 최종 목표다. 선물을 주면 금방 친구가 될 수 있다. 그냥 아무 선물을 주는 게 아니라 그 친구의 취향을 맞춰서 줘야 한다. 만날 때마다 맨날 화장품 타령 하는 애가 있으면 화장품 선물을 하고, 먹을 거 타령하는 애가 있으면 먹을 걸 주면 된다. 오로라라는 애가 있는데 걔는 꼭 엄마 가방이 다 찼을 때만 다가와서 말을 건다고 했다. "어머 오늘도 가방이 꽉 찼구나. 사진 주려고 했는데..."한다는 것이다. 오로라를 씹는 엄마 목소리에서 진심어린 분노가 느껴졌다. 어느날 오로라가 안경에게 와서 자기 별명을 하나 지어달라고 했다. 별명은 다섯글자로 지어야 한다. 안경은 오로라에게 '요얄미운년'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겨울철 어류인 일본연어를 마지막으로 엄마는 오십 몇 종의 물고기를 전부 잡았다. 우리 엄마지만 정말이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엄마는 오전 내내 냉장고 청소를 하고, 점심식사를 마친 후에 닌텐도에 접속했다. 고부기(분홍마을 촌장)가 금낚시대를 들고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는 금삽, 금물뿌리개, 금새총에 이어 금낚시대를 득템했다. 1년 만에 그토록 염원하던 금낚시대를 가졌다. 굉장하다. 내가 다 뿌듯하다. 동물의 숲은 완결이 없는 게임이라고 하던데, 우리 엄마라면 언젠가 게임 개발자들이 만들어놓은 미션을 모두 완수하고 완벽하게 정복할 것만 같은 느낌이 온다.

어쨌든, 엄마, 물고기 다 잡은 거 진심으로 축하해.



by 조표범 | 2009/12/02 20:57 | 엄마관찰 | 트랙백 | 덧글(1)

E.M 레마르크 <서부전선 이상없다> 中

  비명소리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었다. 그것은 인간의 외침이 아니었다. 인간으로서는 저렇게 음산한 비명소리를 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자 카친스키가 이렇게 말했다.
  "부상 당한 말들의 소리야."
  나는 아직까지 말이 지르는 비명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카친스키의 말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것을 듣고 있자니 이 세상의 탄식이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목이 졸려 죽어가는 동물의 소리였다. 거칠고 무서운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창백한 얼굴을 지었다. 데터링이 일어서서 외쳤다.
  "백정 같은 놈들아! 빨리 말을 쏘아 죽이란 말이다."
  데터링은 농부였다. 따라서 그는 말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더욱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일부러 그런 것처럼 포격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고 그럴수록 말의 비명은 더욱 더 확실히 들려왔다. 지금이 조용한 은빛의 풍경 속 어디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오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천지사방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유령이 나올 것처럼 무시무시했다. 데터링은 화가 나서 이렇게 소리쳤다.
  "잔인한 놈들아, 말을 쏘아 죽이란 말이다! 듣고 있을 수가 없지 않나!"
  "저것들보다도 먼저 쓰러진 병사들을 수용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말이야." 하고 카친스키가 말했다.
  우리들은 일어나서 도대체 어느 근방인지 찾아보았다. 소리만 듣고 있느니 차라리 말들의 모습을 보는 게 견디기 쉬울 것 같았다. 먼저 들것을 든 위생병들의 검은 떼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좀 더 큰 검은 일당이 움직이고 있는 게 보였다. 그것은 상처를 입은 군마였다. 그러나 전부가 상처를 입은 것은 아니었다. 부상마 중의 몇 마리는 뛰어서 멀리 달려가다가 거꾸러지고 또다시 달리고 했다. 어떤 말은 배가 찢겨 창자가 축 늘어져 있었다. 그 창자가 다리에 감겨서 넘어졌으노 또 곧 일어서기도 했다. 그러자 데터링이 총을 쳐들어 겨누었다. 그때 카친스키가 그것을 탁 공중으로 치켜올리며 말했다.
  "너 미쳤니?"
  데터링은 몸을 떨고서 총을 땅위에 집어던졌다.
  우리들은 주저앉아 귀를 막았다. 그러나 이 무서운 비명과 울부짖는 소리는 아직도 귀에 들려왔다. 도처에 울러퍼졌다.,우리들은 대개의 것은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때만은 땀이 났다. 차라리 일어나서 어디든지 좋으니 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으로 도망쳐 버리고 싶었다. 더군다나 그것은 인간도 아니고 단지 말인 것이다. 그것들은 어느 혼란 속에 있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만들은 거의 언제나 입을 다물고 죽어갈 것이다.
  새까만 무더기로부터 또 들것이 떨어져 나왔다. 그러자 서너발의 총성이 울렸다. 그 검은 뭉치는 비틀거리더니 이내쓰러져 버렸다. 이것으로 겨우 끝이 났는가 했더니 아직도 비명은 그치지 않았다. 그 부상당한 군마한테는 아직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았다. 그 말은 커다랗게 벌린 입에서 여러 가지 고통의 신음소리를 내면서 무서워서 도망쳐 다니고 있었다. 이윽고 인간의 무리 속에서 한 사람이 나와 무릎을 꿇고 한 발을 쏘았다. 말이 고꾸라졌다. 또 한발 쏘았다. 그 두번짜 탄환에 명중한 말은 앞발을 쭉 뻗고 회전목마처럼 원을 그리며 돌기 시작했다. 뒷발로 앉아서 앞발을 높이 쳐들고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이었따. 아마도 등뼈가 부러진 모양이었다. 이 병사는 바로 달려가서 쏘아 죽여버렸다. 말은 조용하게 얌전히 땅바닥에 거꾸러졌다.
  우리들은 겨우 귀에서 손을 떼었다. 신음소리는 이젠 들리지 않았다. 다만 길게 뻗쳐진 빈사의 탄식이 아직도 공중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후 다시금 시작되는 신호탄과 포탄의 음향, 그리고 별들. 아주 기이한 광경이었다.
  데터링은 저쪽으로 걸어가면서 저주했다.
  "도대체 말에게 무슨 죄가 있는지 알고 싶어."
  그는 말하고서는 다시 이쪽으로 되돌아왔다. 그의 목소리는 흥분해 있었고 또 엄숙함이 깃들여 있기도 했다.
  "내 생각엔 말이야, 짐승들을 전쟁터로 끌고 나오는 것만큼 악독한 일은 없는 것 같아."


커트 보네거트 <제5도살장> 中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동정어린 말투로 독일어로 말하는 소리에 그의 잠은 서서히 얕아지고 있었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서정시조로 누군가에게 조의를 표하고 있었다. 빌리는 눈을 뜨기 전에는 만신창이가 된 예수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리는 예수 친구들의 목소리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가는 거지.
  빌리가 마침내 두 눈을 떴다. 중년 부부가 말들에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그 미국인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았다. 재갈에 찢긴 말들의 입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통증을 느낄 정도로 말굽이 깨졌다는 것, 말들이 갈증으로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 미군들은 자기네 교통수단을 마치 6기통짜리 시보레 자동차처럼 무감각한 물건으로 취급한 것이었다.
  말을 동정하는 이 두 사람은 빌리가 보이는 데까지 마차를 끼고 돌아가 측은해하고 책망하는 듯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주 길고 약하고 하늘색 토가를 걸치고 은색 군화를 신어 아주 우스꽝스러운 빌리를. 그들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중략)...
  빌리는 영어로 그들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고, 그들은 즉시 영어로 말들의 상태를 두고 그를 꾸짖었다. 그들은 빌리에게 마차에서 내려 말을 살펴보게 했다. 그 교통수단의 상태를 본 빌리는 울음을 터트렸다. 그는 그 전쟁에서 다른 일로는 한번도 운 적이 없었다.

by 조표범 | 2009/12/02 11:09 | 기록 | 트랙백 | 덧글(0)

Spring Awakening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관람했다. 사춘기, 반항, 섹스, 자살..이라는 키워드에서 읽혀지는 뻔한 성장스토리, 내 봄과는 너무나 상관이 없어 공감하기 힘든 그들의 청춘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시간 내내 활짝 웃고 펑펑 울기까지 했다. 노래 때문에 그랬다. 이 뮤지컬의 가장 큰 힘은 노래에 있는 것 같다. 이렇게까지 마음을 아프게 하는, 극장을 나와서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계속 귓가에 맴도는 노래는 <밑바닥에서>의 '블라디보스톡의 봄' 이후 정말이지 오랜만이다. 서정적인 곡과 시 같은 가사가 만들어내는 하모니가 어찌나 달콤씁쓸한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집에 와서 검색해 보니 브로드웨이 홍보동영상에 이런 말이 나오더라. 당신이 엠티비나 아이팟 세대라면 단순히 노래 때문이라도 이 뮤지컬을 사랑하게 될 거라고. 과연 그렇군.



mama who bore me랑 놓고 뭘 올릴까 나름 고민하다가...

by 조표범 | 2009/11/29 16:09 | 기록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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